대륙 남쪽, 어느 숲과 초원의 경계 어드메에도 밤은 어김없이 찾아왔다. 아무도 잠든 건 아니었지만 그저 가만히 별을 헤는 듯 두 명의 평온한 숨소리와 풀벌레 우는 소리 외엔 이 곳은 조용하다. 그들은 어떤 나무 아래에 앉아있었다. 청년의 모습을 한 용이 나무에 등을 대고 앉아있고 수도승은 그의 가슴에 등을 기댄 채 용의 앉은 허벅다리 위에 겹쳐 앉아 그 품...
지브롤터 해협의 여름은 몹시 길고 덥다. 특별한 용건이 있지 않는 한 아테나가 온도와 습도를 관리해주는 감시 기지 안에 있는 것이 상책이다. 그나마 바람은 많은 지역이라 밤에나 좀 밖으로 나가 있을만 하다. 겐지는 본래도 몸에 열이 많은 타입이었기에 이렇게 더운 날은 네팔에 있는 제 집 생각이 간절했다. 스승과 함께 사는 집은 네팔의 꽤 고산지대에 위치했기...
지금이 몇 시지? 어디보자, 퇴근까지 얼마나 남았…. 에라이 아직도 3시 반 밖에 안 됐나. 오늘 일만 끝나면 모처럼 연휴인데, 시간 더럽게 안 간다. 일단 토요일 일요일 이후에 고작 하루 더 쉬는 걸로도 연휴라고 기뻐하고 있는 이 땅의 불행한 현대인들을 위해 잠시 묵념. 다음날 월차낸다면 5일 연속으로 쉴 수도 있겠지만 일개 직장인이 눈치 안 보고 그렇게...
딱 30일 걸렸네요. 제가 30일 동안 하나의 이야기를 계속 썼다는게 놀랍습니다. 이렇게 진득한 성격 아닌데.. 완결이 아니라 일단락입니다. 최소 한 편은 외전을 쓸 계획이 있어요. 그건 15금은 넘었으면 좋겠다는게 제 희망사항이에요. 블랙캣 님의 용 겐지X인간 수도승 젠야타 썰 처음 올라왔던 날 그걸보고 뭔가 써 볼 생각이 났어요. 저도 그렇지만 그때 블...
37. 밀어낸 것은 저였지만 체중 차이가 꽤나 컸는지 용은 한 발 물러난 것에 비해 도리어 젠야타가 두어 걸음은 더 밀려나 버렸다. 제가 나약한 것인가 하고 자존심 상하려는 것은 그저 순간이었고 그보다는 그와 거리가 벌어지자 작금의 상황을 적나라하게 인식하게 된 것이 더 문제였다. 어제도 그랬듯이 그가 지금 당장도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채라는 바로 그 점 ...
33. 괜찮은 자리를 찾아낸 젠야타는 바닥을 고른 후 그 위에 모포를 깔았다.그리고 오늘 아침 도저히 그럴 정황이 아니어서 걸러야 했던 명상을 하기 위해 그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그러자 주위를 날고 있던 용이 내려와 그의 앉은 다리 위로 천연덕스럽게 드러누웠다. 무방비하게 배를 보이며 바로 아래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눈빛의 그 영롱함은 아침과 비교해 ...
29. 아무리 그가 시킨 일이라고 해도 떠나라는 지시만큼은 용이 순순히 따를 수 없었기에 일단 그의 시야에서 사라져주기는 했으나 사실은 전혀 멀지 않은 거리에서 머물러 있었다. 그에게 들키지만 않으면 된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용은 부엉이가 되어 일정거리를 유지한 채 그를 미행 중이다. 그나저나 심각한 문제다. 들키지않고 미행하는 일 따위야 전혀 어렵지 않지...
25. 잠든 수도승을 손과 입과 눈으로 더듬어대고 있는 용은 지금 잘생긴 청년의 형상을 취하고 있었다. 인간의 몸이 용이나 다른 숲짐승에 비해 약해빠진 육체이긴 해도 저 인간과 접촉하기에는 가장 용이하고도 쾌감이 큰 모습이라는 걸 지난 밤새 알았기 때문이다. 용의 행동은 어젯밤보다는 훨씬 더 대담했다. 처음에는 어제처럼 조심스럽게 그의 손을 만지며 시작했지...
21. 밤사이 그가 깨어나길 기다리는 동안 용이 혼자 생각한 결과, 그의 앞에서는 평범한 사슴인 걸로 남아야겠다는 판단이 나왔다. 용에게는 아주 중요한 이유 때문이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덩굴에 뒷다리가 묶여 거꾸로 매달린 모습을 수치스럽게도 그에게 보여버린 게 문제다. 그냥 보인 정도가 아니다. 그런 흉한 꼴을 하고 있는 자신 바로 옆까지 다가와서 어찌나 ...
17. 용이 이제야말로 움막에 들어가려고 보니 안이 너무 어두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이대로는 들어가다 바닥을 잘못 짚어 잠든 그를 깨우게 생겼다. 인간의 몸이 이리도 밤눈이 어두운걸 보니 해지면 저렇게 자는 것 외엔 달리 뭘 할 수도 없을 것 같다. 용은 잠시 시간을 들여 시력을 높이며 속으로 투덜거렸다. 인간이란 종족은 다리도 두 개 뿐이고 발톱도 ...
13. 젠야타는 사슴이 사라져버린 방향을 멍하니 바라봤다. 솔직한 심정으로 사슴이 조금 야속했다. 이 모든 과정에서 너에게 보냈던 감정이 하나도 전해지지 않았나 보구나, 나 혼자만의 생각이었구나. 사슴이 사람의 말을 알아들을 리도 없고 세상 일을 인간처럼 생각하거나 바라보지 않는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사슴과 달리 자신은 인간이라 이런 오갈데 없는...
9. 젠야타는 사슴을 흥분시키지 않도록 천천히 사슴의 털을 쓰다듬었다.처음 마주쳤을 때는 섣불리 다가갈 생각을 감히 하지 못 했다.괜히 근처에 있다가 뒷다리에 차이거나 뿔에 받혀 찔리기라도 한다면 즉사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어 보일 정도로 정말 덩치가 컸기 때문이다.그런데 까닭은 알 수 없었지만 신기하게도 사슴은 자신을 보고도 차분하게 응시하기만 할 뿐이었고...
내가 보고 싶어서 걍 내가 쓰고 있습니다. 일단 내 취향이지만 당신 취향이기도 하다면 좋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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